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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한의사회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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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 경계를 넘는 한의학 - 이승민 학술이사의 글로벌 진료 경험담
날짜 2025-03-09

 

< 경계를 넘는 한의학 >

- 이승민 학술이사의 글로벌 진료 경험담 -

 

 

대한여한의사회 학술이사

이 승 민

 

 

 

  대한여한의사회는 지난 202476, 대한한의사협회관 5층 대강당에서 ‘2024 대한여한의사회 진로 멘토링을 개최했다. 다양한 경험을 나눠 준 멘토 중, 카타르 Korean Medical Center에서 활동 중인 이승민 학술이사는 이날 카타르 진출 계기와 해외에서 한의학의 인식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승민 이사는 과거 ‘2021 대한여한의사회 진로 멘토링에서도 멘토로 참여하여 미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었는데,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이와 관련한 답변 요청이 있었다. 미국에서 한의사로 활동했을 때의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필요성을 느껴 이승민 원장의 인터뷰를 기사로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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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2024 대한여한의사회 진로 멘토링(2024.07.06), 카타르 한의 진료의 현실과 진출, 이승민 이사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방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한 침구과 전문의 이승민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진료 경험을 쌓은 후, 현재는 카타르에서 한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 대한여한의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시나요?

 

  대한여한의사회(이하 대여한)와의 인연은 2020, 대여한에서 한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여성 과학자를 발굴하고 격려하는 미래 인재상’(현 미래 융합 인재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서 대학교 강의를 하며 뉴욕과 뉴저지에서 진료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에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즈음 대여한에서 미국 진출 과정과 경험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진로 멘토링행사에 참여하였고(‘사진 2’ 참고), 이후 박소연 회장님의 리더십 아래 29대 대한여한의사회 학술이사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대여한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3. 학생 때 SCI(E)급 논문을 1 저자로 올린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었나요?

 

  학창 시절 SCI(E)급 논문을 1 저자로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까지는 교수님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훌륭한 교수님들을 만나 좋은 연구실에서 연구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4. 미국에서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미국에서는 정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미국으로의 진출은 계획과 달리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근무했던 병원에 해외 진출을 도와주며 미국 진출을 대기하다가 계속 지연되고 결국 무산됐죠. 그때 저는 이미 미국으로 갈 준비는 모두 마쳤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월급을 받을 병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료 외에도 강의나 원서 제출 등 다양한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재정적인 필요 때문에 바쁘게 일할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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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21 대한여한의사회 진로 멘토링(2021.06.19), 미국 한의 진료의 현실과 진출, 이승민 이사 


 

5. 같은 증상이어도 미국에서 선호하는 치료 방법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미국 환자들에게 한의학은 아직 생소한 분야로, 현대 의학에 비해 미지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의학이기 때문에 사암침처럼 한두 개의 혈 자리에 침을 놓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 환자들은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선호하는 치료보다는 오히려 선호하지 않는 치료 방식에서 한국과 명확한 차이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뜸은 연기와 냄새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고, 습부항(피를 뽑는 부항)에 대해서는 특히 거부감이 심했습니다. 이는 과거 유럽에서 악명 높았던 방혈 요법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에 대한 염려가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 피가 나오는 치료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인상이었죠.

결국 뜸이나 부항은 환자들이 원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고, 법적인 이유로 약침도 사용이 제한되어, 침 하나로만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6. 미국에서도 첩약이나 한약 처방이 가능했었나요? 한국과의 보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미국에서도 첩약이나 한약 처방이 가능합니다. 다만, 주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에는 몇몇 큰 한약국들이 있어 이를 통해 첩약이나 한약을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처방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한약을 주문해 택배로 보내는 방식도 이용됩니다. 제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비교적 소규모여서 직접 탕약을 달여 드리지는 않았지만, 뉴저지에서 큰 한의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한의원에 탕전실을 두고 직접 한약을 달여 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사 면허가 있다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한약 처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경우 보험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7. 미국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민감성이 매우 높다고 들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또한 한국과 비교해 의료사고에 대한 대처 방식이 무엇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저는 다행히 직접적인 의료사고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들은 사례는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세가 있으신 한 중의사 선생님은 미국에서 진료를 시작하셨는데, 영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환자에게 시술 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환자의 동의 없이 침술 시술 중 옷을 걷어 올린 부분이 문제가 되어,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중의사 선생님께서 큰 위로금을 지불한 후 마무리되었지만, 명예가 실추되어 매우 괴로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 때문에 미국에서 의료진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의사는 상대적으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작아 보험료도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반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분들은 보험료가 매우 비싸다고 들었습니다.

 

8. 미국에서 여자 한의사로서 경력과 육아를 병행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생각보다 미국에서 경력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한국보다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한의원은 예약제로 운영되었고, 집과 한의원이 걸어서 15분 거리여서 시간 관리가 편리했죠. 저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제 한의원을 운영하고,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다른 한의원에서 부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이때, 오히려 여성 동양인 한의사로서 출산 경험이 있다는 점이 면접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경력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다만, 미국에는 가족이 없다 보니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들을 믿고 맡길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또한, 인건비가 매우 비싸서 필요할 때마다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남편과 철저히 스케줄을 조율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9. 미국에서 진료하셨을 때, 한의학에 대한 인식은 어땠나요?

 

  제가 미국에서 진료할 당시, 한의학에 대한 인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사실, 2011년에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뉴욕을 방문했을 때는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행사나 모임에서 한의사라고 소개하면, 한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고, 심지어 가볍게 무시하는 발언도 종종 들었죠. 그래서 꽤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에 다시 미국에서 진료할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의학을 단순한 미신으로 여기는 사람들보다는, 치료 효과가 있는 의학이지만 아직 그 원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더군요. 치료의 기전을 잘 설명해 주면, 환자들도 신뢰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따랐습니다.

지금은 한의학 자체에 대한 인식은 아주 좋아졌지만, 앞으로는 한의사가 제공하는 침 치료가 다른 치료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그 효과와 원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10. 미국에서 다양한 의료 전문가들(의사, 물리치료사, 카이로프랙터 등)과 협력하거나 경쟁할 때, 한의사로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카타르에서도 재활의학과 의사들과 물리치료사들이 드라이 니들링(dry needling)’이라는 명칭으로 침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환자들도 한의학의 침치료보다는 드라이 니들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사로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한의사는 다른 의료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의사와의 협력은 매우 유리합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침치료를 권하고 의뢰서를 작성해 주면, 보험 회사에 청구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리치료 중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환자들이 침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물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진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11. 어떤 유형의 사람이 미국 진출 등 글로벌 한의사로 적합할까요?

 

  제 경험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한의사 생활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여러 상황을 겪게 됩니다. 안정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도전적인 상황에서 자극을 느끼는 분들이 글로벌 한의사로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성향 분석에서 안정 추구0%, ‘자극 추구90%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성향 덕분에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환자들을 미국과 카타르에서 진료하며, 그들의 삶을 배우고 또 치료해 주는 과정에서 매일 한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경험을 쌓고 싶은 분들께는 글로벌 한의사 생활을 적극 추천합니다.

 

12. 한의사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해외에서 활동하며 느낀 것은, 한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력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침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부항이나 약침, 한약 등의 사용이 제한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침 치료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무대에서는 침 실력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한국에서 다양한 침법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에 따른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침 실력 외에도 환자와의 소통, 특히 설득력이 성공에 큰 역할을 합니다. 이는 자신의 침 실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며, 환자가 만족스럽게 치료를 받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고, 환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됩니다.

 

13. 한의학의 세계화를 꿈꾸는 후배 한의사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진로 멘토링 시간에 후배 한의사분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말이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많은 여성 한의사가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의 위기를 겪곤 하는데요. 저 역시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진료를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체력적인 한계로 결국 진료를 중단하고 교육 분야에만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진료를 시작해 보니, 환자를 보지 않는 기간이 곧 경력 단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바쁜 시기라도, 언젠가 다시 진료하실 생각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대진을 나가 환자를 지속적으로 보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또한, 한의학의 세계화를 꿈꾸는 후배분들께는 한국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 해외에 진출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해외에서 단순히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커뮤니티 활동, 봉사, 기부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융화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후배들께서는 제가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내어 한의학의 세계화에 더 크게 기여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이승민 이사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한의학의 글로벌 진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현지에서 어떤 도전과 기회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과 카타르에서의 활동은 단순한 진료를 넘어서, 각기 다른 문화와 의료 시스템 속에서 한의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침 치료를 중심으로 한 실력과 소통 능력이 글로벌 한의사로서 성공의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경력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한의사로서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하는 이승민 이사의 도전정신은, 후배 한의사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이야기다. 앞으로 한의학의 세계화를 꿈꾸는 한의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강점을 확실히 갖추고, 현지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그 속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승민 이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더욱 다양한 나라에서 한의학의 가치를 알리고, 글로벌 무대에서 한의학의 위상을 높이기를 기대한다.

 


 

편집 : 학생위원 김예은(대구한의대 본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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