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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한의사회 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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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4] 트라우마 한의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함께 하다
날짜 2025-03-09


< 트라우마 한의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함께하다 >

- 트라우마를 넘어서 : 한의학으로 마음의 상처를 보듬다 -

 

 

 

  대한여한의사회는 2023년부터 트라우마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를 개선하고, 한의계 트라우마 1차 진료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트라우마 한의 1차 진료 전문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0여 명의 1기 수료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는 업그레이드된 교육과정으로 2기 수강생 교육을 진행하였다. 

 

  학생 위원들은 2023년 여한의사회 회지의 ‘트라우마 한의치료 특집, 한의학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다’의 후속 기사로 여한의사회의 경남지부장 변혜진 한의사와 보 한의원의 최보윤 한의사를 만나 트라우마 치료 교육이 임상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여한의사회 경남지부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봉사 활동에서 트라우마 치료 기법을 활용하여 환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최보윤 한의사는 프로그램 교육을 맡았던 ‘삼단전 마인드풀니스’를 활용하여 심리치료와 한의학을 통해 환자를 치유한다. 두 한의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라우마 치료에서 한의 진료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새로운 치유 방안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1. 트라우마 한의 1차 진료 전문과정 프로그램 ‘삼단전 마인드풀니스’ 강의 (최보윤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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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최보윤 원장님


 

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안아산역 인근에서 한방신경정신과를 특화해 진료하고 있는 보 한의원 원장 최보윤입니다. 심리 치료적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M & 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를 수료했고, 이후 임상에 적용하면서 그 효과를 실감했습니다. 현재는 원광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강형원 교수님과 함께 M&L 심리치료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2022년부터는 한국 M & L 심리치료 연구원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M & L Psychotherapy Teacher로 인증받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② 대한여한의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시나요?


  2021년 대한여한의사회에서 주최한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트라우마 치료의 한의 심신 의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전부터 M & L 심리치료의 트레이너인 강형원 교수님께서 성폭력 트라우마 지원 사업에 관심을 두고 계셨고, 저도 대한여한의사회의 ‘성폭력 트라우마 한의 의료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뜻깊은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③ 한방신경정신과를 찾아오는 다양한 환자군 중 PTSD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사건을 겪게 되는데, 예전에는 트라우마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일이 트라우마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트라우마적 감정과 기억은 마치 유령처럼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요즘은 트라우마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들의 속도대로 고통을 처리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에서 오랜 시간 불안과 우울, 신체적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그 밑바탕에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트라우마 치료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④ 이번 대한여한의사회 주최 “트라우마 한의 1차 진료 전문과정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맡으신 ‘삼단전 마인드풀니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삼단전 마인드풀니스는 M & L 심리치료 기법의 하나로, M & L 기법 중에서도 가장 한의학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삼단전 마인드풀니스에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치료자나 내담자 모두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말한 것처럼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사람"이라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치료자가 삼단전 마인드풀니스를 연습해 중심을 잡고 있어야만,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환자를 단단히 잡아줄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실제로 삼단전 마인드풀니스는 M & L 심리치료의 마스터 트레이너인 유수양 선생님이(현 후쿠오카 유멘탈클리닉 원장, 일본 정신과 전문의) 치료자들이 내담자 앞에 서는 것이 두렵고 힘들 때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도록 개발한 기법입니다. 그만큼 이 기법은 치료자의 안정감이 환자를 지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얼마나 필요한 요소인지 깊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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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최보윤 원장님, <2024 Trauma Informed Care를 위한 트라우마 한의 1차 진료 전문과정>에서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M & L 심리치료 - 삼단전 마음챙김 명상' 주제로 강의.

 

 

⑤ 약력 중 언급된 ‘M & L Psychotherapy Teacher’는 어떤 과정인가요?


  ‘M & L Psychotherapy Teacher’는 M & L 심리치료를 전파하고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로 인증받는 과정입니다. 먼저, 1년에 걸쳐 ‘M & 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를 수료한 후, 15회의 개인 세션과 5회 이상의 증례 발표를 통해 ‘M & L Psychotherapist’로 인증을 받습니다. 이후, M & L Psychotherapist로서 꾸준히 임상에서 M & L 심리치료를 적용하고, 일반 대중이나 전문가에게 M & L 심리치료를 전파하는 활동을 일정 기간 지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임상 경험과 지도 경험을 충분히 쌓으면, M & L 마스터 트레이너인 유수양 선생님과 트레이너인 강형원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검증을 받습니다. 이 검증을 통과하면 ‘M & L Teacher’라는 자격을 부여받아, M & L 심리치료를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됩니다.

 

⑥ 트라우마 환자에 대한 '삼단전 마인드풀니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삼단전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정기신을 저장하는 장소입니다. 이 개념을 트라우마 환자에게 소개하면서 삼단전이 자신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꾸준한 실행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 트라우마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⑦ 일반적인 정신과에서 하는 트라우마 치료와 M & L 심리치료 기법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트라우마 치료는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내담자의 과거 경험으로 형성된 왜곡된 신념을 교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내담자들에게 무력감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신념이 잘못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내담자가 그 신념을 붙잡고 살아온 시간마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M & L 심리치료는 그와 다른 접근을 합니다. ‘M’은 Mindfulness, 즉 현재에 집중하는 태도를 의미하고, ‘L’은 Loving Beingness,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지지하고 그 안에 스스로를 치유할 힘이 있다고 믿는 태도를 뜻합니다. M & L 심리치료는 내담자를 교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태도로 접근합니다. 이 태도를 통해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에 ‘안전의 장’이 형성되며, 그 안에서 내담자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트라우마의 고통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지행동치료와 M & L 심리치료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⑧ M & L 심리치료가 적용될 수 있는 환자군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정신과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병식과 현실 검증 능력이 있으면서 자아 이질감을 느끼는 신경증, 그리고 병식과 현실 검증 능력이 부족한 정신증입니다. M & L 심리치료는 신경증 환자, 특히 자신이 겪는 증상에 대해 '나만 왜 이럴까?', '역시 내가 문제야' 같은 자아 이질감을 가지고, 병의 근원을 진지하게 탐구하고자 하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대표적으로 불안장애, 우울장애, 외상 및 스트레스 장애, 신체화 장애와 같은 질환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⑨ M & L 심리치료를 통해 치료해 온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M & L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에 형성되는 ‘안전의 장’입니다. 그 장 안에서 내담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깨달음을 얻게 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자신의 고통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배운 지식을 넘어선 깊이 감동합니다. 특히, 모든 사람 안에는 스스로를 돕고 성장시킬 힘이 있다는 사실을 매번 실감하게 됩니다. 내담자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그 힘을 발견해 나갈 때마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죠.

 

⑩ 본 강의 수강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련 강의나 책이 있으신가요?


  M & L 심리치료는 '전수 가능한 심리치료'를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3년부터 매년 'M & L 심리치료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9기 코스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하베스트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하베스트에서 정보를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 시작될 10기 코스에도 도전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코스는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법들을 배울 좋은 기회입니다.

 

⑪ M & L 심리치료가 앞으로 임상에서 어떻게 사용되길 바라시나요?


  한의학은 '心身一如'를 기본으로 하므로, 몸과 마음은 따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M & L 심리치료는 정신과를 특화하고 있는 한의사뿐만 아니라, 어느 부위가 아픈 환자이든 그들과 치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모든 한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환자와의 ‘안전의 장’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환자를 돕고자 하는 치료자라면 M & L 심리치료의 태도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법은 단순히 정신과 질환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환자군에 적용될 수 있는 치료적 도구입니다.

 

⑫ 본 강의에서 삼단전 마인드풀니스를 진행하기 전, 치료자가 먼저 삼단전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삼단전을 열어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치료자로서 삼단전을 열어둔다는 것은 하단전의 흔들리는 환자를 단단히 지켜주겠다는 결단, 중단전의 'Loving Beingness', 즉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상단전의 치료적 의도를 모두 가지고 환자를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삼단전이 열려 있으면, 치료자는 내담자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고, 내담자도 그 안정감 속에서 더 자유롭게 자신의 고통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즉, 삼단전을 열어둔다는 것은 치료자가 내담자와 함께하며 치료적 관계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⑬ 본 강의에서 삼단전의 흐름을 통해 환자가 자기 내면을 찾도록 돕는다고 하셨는데요, 흐름을 잘 느끼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어떻게 가이드하시나요?


  많은 환자가 삼단전의 흐름이나 에너지, 이미지를 쉽게 느끼지 못합니다. 그럴 때는 너무 압박을 주지 않고, 삼단전의 자리가 몸 안에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그 위치를 대략적으로만 가늠해도 된다고 편안하게 설명해 줍니다. 삼단전의 흐름이나 에너지를 강하게 느끼지 못해도 괜찮다고 안심시키면서, 그저 삼단전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가이드를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삼단전의 흐름을 알아차리게 돕는 것이 좋습니다.

 

⑭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에 관심 있는 후배 여한의사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이 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힘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진되지 않냐고 걱정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정신과 환자들을 만나지 못하면 힘이 빠집니다. 환자들을 'Loving Beingness'의 태도로 대하다 보면, 그들 안에 있는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들이 저에게는 큰 감동과 기쁨을 줍니다. 신경정신과에 관심 있는 후배들께는 자신을 위해서도, 내담자를 위해서도 꼭 ‘Loving Beingness’의 태도로 진료에 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태도가 나를 지키는 동시에 내담자를 돕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될 것입니다.

 

⑮ 하시는 일이 세상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뀌길 원하시나요?


  제가 진료실에서 M & L적 태도로 내담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자신의 속도로 가도 괜찮다고 지지해 주면, 내담자들은 진료실 밖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하면, 비난하고 평가하며 재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더 평화롭고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결국, 개인의 치유가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경남여한의사회 가정폭력 피해자보호센터 봉사활동 (변혜진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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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어떤 계기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경남여한의사회는 10년 전, 마산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 관계자를 우연히 알게 되어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의 특징상 센터에 머무르는 분들의 외부 노출이 금지되어 있고 여성과 아이들이 주 치료 대상이라는 점,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한의사의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되어 경남 3곳에 있는 보호 센터 중 현재 2곳에서 주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② 어떤 계기로 여한의사회의 트라우마 치료 교육을 수료하셨나요? 교육 수료 이후 봉사활동에서 경험한 변화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여한의사회에서 트라우마 치료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신심리치료 분야에 관해 더 깊게 공부해 보고자 회원들과 함께 교육을 수강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아동 보호 센터와 연계하여 현재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교육 이전에는 신체적 건강에 보다 초점을 두고 진료했다면, 교육 이후에는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제 스스로의 인격 수양과 함께 신체적, 정신적 측면을 고려해 진료하게 된 것 같습니다. 환자를 대하는 자세도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요, 더 공감하면서 마음으로 다가가는 진료를 하게 되었고 환자분들도 이 부분을 체감하시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③ 가정폭력 피해 환자를 치료하는데 한의학이 어떤 강점을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의학의 강점은 정기신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물리적 외상만 치료 대상으로 삼지 않고 몸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보며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통증 치료를 넘어서 정신과 육체를 함께 바라보고, 기와 혈의 순환을 고려하는 치료를 하고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④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에서 인상적이었던 환자가 있었나요?


  20대인 젊은 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침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증이 나아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안내해서 증상이 호전되는 과정을 함께했던 적이 있습니다. 혼자 극복하기 힘든 몸과 마음의 상처가 저희의 도움으로 조금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느껴 보람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센터의 화목한 분위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는 어둡고 힘들어 보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센터에 가면 다들 밝은 모습으로 맞이해주십니다. 항상 웃음 가득한 분위기로 기분 좋게 치료하고 오는 때가 더 많습니다.

 

⑤ 가정폭력 피해 환자를 대할 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가요?


  센터에는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이럴 때 아이들도 같이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항상 진료하면서 어머니들께 자기 자신과 아이들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보태어 드린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치료에 늘 웃음으로 응답해 주시는 환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⑥ 가정폭력 피해 환자 주변인들이 환자를 대할 때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해서 선입견을 품지 마시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힘든 사건으로부터 피해자들이 지혜롭고 용기 있게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있어 주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⑦ 트라우마 진료에 관심 있는 한의사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진료에 앞서 참고할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트라우마 환자를 만나는 한의사에게는 환자를 연민하지 않고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로는 켄 윌버의 <무경계>라는 책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트라우마 치료 교육을 통해 알게 된 M & L 심리치료 교육을 지금도 받고 있어서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⑧ 위 경험을 바탕으로 트라우마 치료 교육에서 좋았던 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트라우마는 어느 하나의 기법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복잡한 질환입니다. 하나의 기법에 너무 의존하는 것보다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철학적 지식이 교육의 바탕을 이루고, 깊이 있는 자아 성찰이 함께한다면 진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한여한의사회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트라우마 치료에 한의학적 접근을 강화하며, 현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트라우마 한의 치료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한의계는 점차 더 많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임상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센터에서의 봉사 활동과 ‘삼단전 마인드풀니스’ 기법의 활용은 한의학이 단순한 신체 치료를 넘어서 마음의 치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된다면,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한의학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앞으로도 한의계는 트라우마 치유에 있어 더욱 넓은 범위에서 기여하며, 피해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 : 학생위원 김예은(대구한의대 본과 1학년),

학생위원 김희지(부산한의전 본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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