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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2025] 한의융합인재상 수상자 인터뷰 - 배효진 한의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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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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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융합인재상 수상자 인터뷰 : 배효진 한의사 >
의학은 케케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의 첨단 과학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한의학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자가 있다. 바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배효진 교수다. 한의사이자 과학자,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며, 일상과 연구, 전통과 미래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그는 ‘과학하는 여성 한의사’의 새로운 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미래의 의학을 그려가는 한의융합인재상 수상자 배효진 교수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동국대 한의대를 졸업하고(12학번),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김창업 교수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올해 9월부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조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전공 분야는 계산신경과학으로, 인공신경망 모델링을 활용해 뇌신경망의 정보처리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 연구하는 한의사로서의 길을 선택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학부생 시절부터 막연하게 연구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본과 4학년 때는 카이스트 의과학과 하계 인턴십에도 참가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구체적인 연구 질문도 없었고,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습니다. 연구 자체는 매력적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아 진로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했죠. 그러던 중 본과 4학년 2학기에 김창업 교수님 연구실의 대학원생 모집 공고를 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한의학, 시스템생물학 연구'라는 주제가 멋있게 느껴졌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지식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지식을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되어보자", "컴퓨터, 수학 등 필요한 지식은 모두 아낌없이 가르쳐주겠다"라는 말씀에 마음이 동했고 설렜던 것 같습니다.
3. 현재 진행 중인 연구 주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소뇌신경망의 정보처리 원리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소뇌는 전통적으로 운동 조절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보상, 감정, 사회적 상호작용, 고차 인지 기능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소뇌는 뇌 전체 부피의 10%에 불과하지만, 뇌 전체 신경세포의 50-80%가 소뇌피질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밀집된 연산 자원을 가진 소뇌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장기 기억을 저장하는지를 AI 이론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시뮬레이션하고, 동물실험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기반의 한의학 기초이론 연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한의학 고유의 진단 시스템인 변증을 연구하고 있어요. 한의사의 임상 의사 결정 과정은 수십 가지 인체 증상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약재들의 조합인 처방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보처리 과정이 매우 복잡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변증'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보를 크게 압축하게 됩니다. 이는 기계학습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차원 축소 알고리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의학 변증이 데이터의 차원을 줄이는 전략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즉, 한의학에서 데이터를 잘 설명(압축)하기 위해서 찾아낸 저차원 공간을 구성하는 축(예: 표리, 한열, 허실 등의 변증 축)이 데이터를 얼마나 추상화하는지, 얼마나 일반화된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지 등을 계산하는 것이죠.
4. 해당 연구가 한의학계 또는 실제 임상 현장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하시나요? 첫 번째 연구는 소뇌신경망의 효율적인 연산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현재 AI가 직면한 한계(연산 효율성, 연속 학습 등)를 해결할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한의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소뇌학습이 손상된 질환군에서 한의학적 치료가 어떻게 신경망의 정보처리를 회복시키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한의학적 치료 메커니즘 연구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 번째 연구의 경우, 김창업 교수님과 함께 한의계에서 시도된 적 없는 독창적인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한의사의 의사결정 결과를 잘 예측하는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한의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계산신경과학, 네트워크 과학 등 정량적 과학 분야의 방법론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그간 한의학 연구의 한계로 여겨져 온 주관성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한의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AI 이론으로 분석함으로써, 한의사처럼 생각하는 AI, 동시에 한의사가 놓치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5. 연구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거나 흥미로웠던 발견이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최근 <Computers in Biology and Medicine>에 게재된 변증 연구를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의학에서는 표리(表裏), 한열(寒熱), 허실(虛實) 등의 축으로 데이터를 압축하는데요, 이 연구에서는 팔강변증에서 왜 표리축을 가장 먼저 변별하는지, 그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평가해보고자 했습니다. 기계학습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차원축소 알고리즘이 있지만, 축소된 차원공간으로의 투사가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의학 차원축소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표리축이 입력데이터 (증상데이터)의 정보량을 가장 많이 보존하는 축이기 때문일까’ 라는 머신러닝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기대되는 가설을 세웠지만 기각되었습니다. 그 후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진단축들이 '차다/뜨겁다', '축축하다', '넘친다' 등 소박하지만 물리적으로 일상에서 경험하여 체화된 개념이라는 점에 착안해 가설을 다시 정립했어요. 각 축이 정보를 얼마나 추상화하는지 그리고 추상화를 통해 새로운 환자에게도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평가해본 것이죠. 그 결과 환자를 보고 표리를 먼저 변별하는 편이 데이터를 이분화하고 안정적으로 처방을 추론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기각되면 다시 새로운 관점에서 가설을 만들고, 마침내 그것이 지지되는 결과를 얻는 모범적인 연구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연구자로서 정말 많이 배웠고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6. 한의학과 AI의 만남을 주도하는 여성 연구자로서 특별히 겪으신 도전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연구와 임신, 출산, 육아의 병행인 것 같습니다. 한의대 6년, 박사과정 6년을 거치며 어느덧 출산을 계획할 시기가 되었지만, 박사 말년차와 박사후연구원 시기는 연구자로서 가장 집중해야할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도 같은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컸지만 더 미루더라도 완벽한 시기는 없다고 생각해서 결국 두 길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올해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출산도 하고, 약 5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연구 결과가 좋은 저널에 게재되었고, 2학기에는 모교에 임용도 되었으니 제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육아, 교육, 연구 모두를 병행해야 할 앞으로의 시간 역시 쉽지 않겠지만,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나가겠습니다.
7.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연구 방향이나 새롭게 탐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최근 박사 및 박사후연구원 시절의 주요 연구를 마무리하고 주제들을 탐색하는 단계에 있는데, 사실 요즘은 탐나는 주제가 너무 많아 문제입니다(웃음). 그 중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폭식장애에서 소뇌신경망의 역할에 관한 것으로, 서울대학교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용이 매우 흥미로워서 향후 좋은 연구 결과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소뇌가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신질환에서도 소뇌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군에서 소뇌신경망이 어떻게 손상되어 있고, 한의학적 치료가 이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의학, AI, 계산신경과학이라는 제 전공 분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주제가 될 것 같아 매우 기대됩니다. 한의학 변증 연구의 경우, 지금까지는 새로운 연구프레임 워크를 제안하고 이것이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이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연구가 정말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학파별로 혹은 질환별로 변증 특성을 정량적으로 비교 분석하거나, 진단 설문지나 임상 보조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실제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 : 학생위원 최세진(부산한의전 본과 3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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