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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24] 학생위원이 만나고 싶은 여한의사 - 신정민 원장님, 박민정 교수님 인터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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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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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위원이 만나고 싶은 여한의사 >
1) 한의 안면 비대칭 치료의 새 지평을 열어가다 얼핏한의원 원장 신 정 민
한의학은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환자를 만날 수 있을까? 얼굴 비대칭, 턱관절 교정 전문이라는 독특한 진료로 환자와 함께하고 있는 얼핏한의원의 신정민 원장을 만나보았다. 유튜브 채널 ‘얼핏닥터’와 브런치를 통해서 한의 안면 비대칭 치료를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논문 저술을 병행하며 한의학의 외연을 넓혀 가고 있는 신정민 원장에게 진료와 홍보를 포함한 한의원 운영, 향후 계획에 관해 물어보았다. 오랜 통증을 해결하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던 환자를 치료하는 보람이 진료의 가장 큰 동력이라는 신정민 원장의 유쾌한 이야기를 기사로 담았다.
1. 비수술 안면 비대칭 치료라는 새로운 한의학의 분야를 열어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얼핏한의원 개원을 결심하셨나요? 최근 안면 비대칭 분야의 한의원이 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많이 보편화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비수술 한의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한의사분들이 많이 인지하고 계세요. 이전에는 피부 분야 전문 병원에서 진료를 담당했는데, 개인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턱 통증을 호소했는데 양방으로 해결하기 어려웠어요. 여러 강의도 듣고, 원장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아이를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치열이 좋아지고, 키도 많이 크는 등 외형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어요. 이후 주변 사람들의 치료를 하며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고, 턱관절 진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이벤트로 시작해서 현재는 6~7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2. 자주 방문하는 환자들의 연령대 또는 성별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20, 30대의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통의 미용 진료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곳은 다른 병원보다 남자 환자가 많습니다. 브런치 등에서 글을 쓰고, 홍보하는 활동에서 남성 환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포인트들이 있는 것 같아요. 또한 80~90kg의 남자 환자들에게도 추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성 한의사의 체력이 소진되지 않는 선에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추나는 남성 한의사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몸이나 힘을 쓰는 추나가 아니라 적은 힘으로도 가능한 경추 추나, 근막 추나를 위주로 하거나 마사지 건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특히 턱관절은 상부 경추 1, 2번 교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나들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3. 남성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턱관절 교정이 미용보다는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병원도 ‘바른 얼굴을 찾아 건강을 드리는 얼핏‘이라고 소개하는데, 얼굴을 바르게 해서 건강을 찾자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미용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경락이나 마사지를 좋아하는 분들은 우리 병원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가 글이나 영상에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미용상 부분보다는 실질적인 통증이나 불편함을 치료할 수 있다는 부분이 20, 30대 남성 환자분들에게 설득력이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 4. 침, 약침 이외에도 매선, 상부 경추 추나 등 다양한 치료 방식을 활용하고 계시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진료 형태에 이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의대에 다니면서는 기초적인 지식을 쌓는 데 집중했고, 임상 진료를 하면서 계속 지식과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환자를 보면서 제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치료 도구를 배우고 싶은지 깨닫고 계속 배우기도 했고요. 학교에 다닐 때는 알바, 결혼, 육아를 병행하느라 교수님과 동의보감을 읽는 모임에만 열심히 참여했었습니다. 졸업 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처음에는 아토피 한의원에서 부원장을 하다가, 피부 미용 한의원을 개원하고, 여드름과 피부 질환을 보다가, 지금의 턱관절 안면 비대칭 진료로 흘러왔네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했다기보다는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이나 환자와 만났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턱관절과 관련해서는 천안에 계시는 이영준 한의사님의 치료를 오래 공부했고, 미국의 정골 의사가 하는 정골 요법 강의도 수강했습니다. 구강 근 기능 요법이라고 해서, 발음이나 언어교정과 같이 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도 공부하면서 진료 방향을 그렸습니다. 5.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진료받고 계신 환자분이 떠오릅니다. 얼굴 비대칭 교정을 위해 방문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실 근본적인 목적은 틱 치료였어요. 젊은 분인데 복용 중인 약이 항경련제, 신경안정제를 포함해 12가지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틱이 있어서 그 나이에 누려야 하는 것들을 잘 누리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만성 턱관절 질환은 안면 비대칭으로 이어지고. 증상이 깊어지면 중추신경계 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분은 심한 불면증이 있었는데 첫 번째 치료를 했던 날 잠을 17시간이나 푹 잤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약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완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하고 있는 환자입니다. 이처럼 수면이나 틱과 같은 문제들도 구조적인 문제랑 깊게 연관되어 있어서, 진료를 통해 증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얼굴의 외형을 바꾸는 일로 볼 수 있지만, 결국 구조는 우리의 몸이나 정신을 담는 그릇이에요. 그릇을 바르게 정렬하고 신체의 기능을 살려준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치료 방식이 굉장히 보람차다고 생각합니다. 진료하면서 외형적인 부분을 치료하는 것이 누군가의 인생을 많이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6. 소개해 주신 환자분처럼 오랫동안 증상을 가지고 있었거나 이미 다양한 치료 방식을 시도하신 분들이 자주 방문하시나요? 그런 편입니다. 얼굴 비대칭을 포함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인 질환을 장기간에 걸쳐 치료해 보려고 마음먹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척추 측만증, 거북목, 일자목과 같은 외형적인 부분들이 개선되었을 때, 목과 허리 통증을 비롯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이명, 두통 같은 증상들도 함께 나아지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고요. 턱관절 질환이 만성화가 되면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환자는 아버지께서 통증의학과 의사신데, 리도카인 주사를 많이 맞아서 부작용만 나타나고 7년째 통증은 해결되지 않아서 방문한 경우도 있었어요. 양약에 오래 노출되면 자연적인 기능을 살리는 한의학 치료 속도가 더디기도 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가 심해지기를 반복합니다. 이분은 리도카인 주사를 끊고, 치아 교정 유지 장치를 제거한 후에 치료 속도가 많이 빨라졌습니다. 턱관절 장애가 만성화된 사람들은 교정 유지 장치가 당기는 미세한 힘에도 매우 큰 영향을 받거든요. 7. 보통 환자분들의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질환에 따라 다릅니다. 증상이 경미하면 10회에서 20회 정도로 좋아지기도 하고, 골격 비대칭이나 치아 부정교합이 심하면 100회 정도로 오래 치료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어떤 환자는 적은 횟수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거고, 한편으로는 거의 치료되었는데도 한의원에 다녀가면 몸이 가뿐하고 좋아지니까 주기적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8.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기 어려운 장기 치료의 경우, 환자에게 객관적으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방식이 있나요? 저는 사진을 정말 열심히 찍어요. 치료 전후에 사진이나 엑스레이, 3D 영상 자료를 남기고 기기도 초음파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많이 남겨둡니다. 지금은 6~7년 정도 진료하면서 치료 데이터가 많이 쌓여서 논문을 쓰기도 해요. 이번 ICMART에서도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고요. 전에는 3개, 5개 정도의 케이스로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36개의 케이스로 후향적 연구 논문을 쓸 수 있었어요. 저는 진료 경험을 논문으로 재생산해서 안면 비대칭 진료의 프로토콜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년 논문을 하나씩은 써야지 하는 목표를 진료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실천하지 못한 해도 있지만요. (웃음) 9. 얼핏한의원 홍보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셨나요? 진료와 관련한 글을 쓰면서 파급력이 높아진 것 같아요. 당시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성장하는 시기였고, 작성했던 글이 포털 메인에 자주 올라가고 확산하면서 많은 환자가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주로 유튜브 위주로 진행하고, 브런치는 그렇게 자주 쓰지 않아요. 사람들이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유튜브 반응이 더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또한 하루의 에너지를 진료, 가정으로 분배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더욱 효율적인 방식인 유튜브를 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많은 정보를 찾고, 공부해서 작성해야 하므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활동이에요. 반면 유튜브는 편집자와 더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방법을 논의하고, 협업하며 일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재밌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갇히지 않고 발전되는 부분도 있어 더 즐거운 방식이에요. 10. 다양한 주제로 유튜브나 브런치 콘텐츠를 발행하시는데, 주제 선정 방식은 무엇인가요? 환자들과 있었던 이벤트가 주로 계기가 됩니다. 안면 비대칭 치료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개선된 증상을 환자분들이 말씀해 주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비염처럼 계절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안면 비대칭 환자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해결 방안이 없어서 받아들이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순간 안면 비대칭이 나아지면서 비염이 개선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비염을 가지고 있는 안면 비대칭 환자’ 소재의 콘텐츠로 만들면, 비염 치료를 목적으로 한의원에 방문하시는 분들도 생기는 거죠. 또, 턱관절을 교정하면서 오래 고생한 아토피가 나아지거나, 얼굴빛이 환해지는 경우가 있으면 이것도 영상의 소재가 되는 거죠. 이후에는 아토피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환자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안면 비대칭을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질환을 연결해서 치료하는 진료가 되는 것 같습니다. 11. 새로운 방식의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특화 한의원이다 보니 진료의 특징이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능동적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환자들이 장기간의 호흡을 생각하고 진료를 받으러 오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환자가 치료에 만족해야 약속한 기간 동안 진료를 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치료적으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되거든요. 12. 약사로 일하시다가 한의대에 입학한 후 출산, 육아, 약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셨다고 들었는데, 당시 힘들었던 점이나 극복 방안이 궁금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후배 여한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돌아보면 당시가 20대였고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상황에 휩쓸려 지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웃음) 다른 한의사분들도 30대 초반에 육아와 임상 초기의 적응을 동시에 해내느라 정신없으신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돌아보면 정신없이 보낸 그 시간에서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여유가 생기면, 그때 잠깐 생각했던 것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토대가 남더라고요. 저도 아이가 아팠던 경험으로 턱관절 진료를 시작하게 되어서, 아이가 없었다면 이 진료를 했을까 생각합니다. 그 시절에 남은 자산인 거죠. 그래서 어떤 선택으로 어떤 길로 가든, 돌아보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13. 얼핏한의원 또는 신정민 원장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임상 진료 경험이 많아지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이 진료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이 턱관절의 중요성을 알고, 치료 효과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병원을 더 키워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또 진료를 꾸준히 하면서 논문으로 자료를 남기는 작업도 계속하고요. 당장은 이번 ICMART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네요. (웃음) 나중에는 데이터를 모아서 SCI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 진료 방식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편집 : 학생위원 김희지(부산한의전 본과 2학년), 학생위원 우지연(부산한의전 본과 2학년) 2) 한의사를 위한 의료 정책 분야로의 진출 박 민 정 교수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한의학이 담당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석사와 박사학위를 수여한 박민정 교수님을 만나 보았다. 박민정 한의사는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책임연구원으로서 활약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2019년, 2024년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와 보건 관련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활동하며 한의계 발전에 이바지한 박민정 교수님의 이야기를 기사에 담아 보았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보건의료행정 전임교수로 근무 중인 박민정이라고 합니다. 2. 대한여한의사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시나요? 꽃마을한방병원에서 일반/전문(침구과) 수련 과정을 거쳤습니다. 당시 여한의사회 회장이신 강명자 원장님의 영향으로 여한의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3.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시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비한의과 전공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 수련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실제 한의학이 작동하는 보건의료 제도에 관한 공부를 하고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수련의 생활과 병행했던 석사과정, 전업 학생으로 공부했던 박사과정을 마치고 보건정책 학위를 받기까지의 과정은 한의학이라는 렌즈로만 세상을 보던 저의 시야를 넓혀주었고, 현재까지도 보건학 쪽 연구자들과의 학문적 연계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4. 보건대학원 중에서 보건정책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보건정책관리학, 보건학, 환경보건 이렇게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는 한의학 전공자로서 한의학이 작동하는 환경과 내재한 맥락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보건정책을 선택했습니다. 5.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한의약혁신기술 개발사업단 단장을 역임하시면서 한의표준 임상진료 지침을 출간하셨는데, 앞으로 임상에서 어떻게 사용되기를 바라시나요? 호주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시절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단장님으로 계시던 정석희 단장님의 부름을 받고 사업단 책임연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30개의 국가 주도 대규모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되던 국책사업이었고,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 후속 사업인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의 단장으로서 지속적으로 지침 개발을 지원하였습니다. 보건정책적 입장에서 본다면 근거 기반 지침의 존재는 한의학 정책 집행의 주춧돌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근거를 광범위하게 고찰하여 사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이 지침이기 때문이지요. 지침이 임상을 다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치료 기술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아군으로서 많은 한의사들이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6.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여한의사회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일찍 보직을 맡게 되어 각종 보직자 회의나 자문회의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고위급 회의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적다는 사실을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진흥원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선 한의사로 임상에서 일할 때는 “유리 천장”이라는 말을 느낄 기회가 없었을 텐데, 지위 계층이 분명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승진 조건에 명시적인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조직문화나 역사, 개인적 성향, 출산 등 다면적인 여러 원인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자 한의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두드려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7. 한의약 산업 활성화 지원 및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신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을 수여하셨는데, 그 소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뛰어나서 받은 것은 아니고, 꼭 필요한 시기에 복지부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한의계의 연구와 매칭해서 열심히 도와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약 정책 관련 업무를 하게 되면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사명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누구나 열심히 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복지부의 한의약 정책 수립과 집행에 한의학을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방증이 될 것 같습니다. 8. 한국한의학진흥원에 계시면서 한의학 R&D 관리와 지원 업무를 하셨는데,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현재 한의학 R&D의 실태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응해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이 편성되는데, 한의학 분야가 함께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래서 늘 한의학 R&D는 넉넉하지 못한 예산에서 최대의 효율을 기하며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요. R&D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한의계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연구자들에게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 변명처럼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성과들을 연계해서 새로운 보장성 강화 영역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9. 위와 관련하여 앞으로 한의학 관련 공공 영역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의학의 R&D에서 신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의약품 품목 허가, 그리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까지 이어지는 evidence to policy cycle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 명의 연구자가 정책 수립까지 완성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연구자-공공 영역의 협업이 절실한 분야입니다. 10. 보건정책 분야에서 한의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의학과 한의학 연구, 보건의료 제도와 보건정책 연구를 잘 아는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보건의료 제도가 처음부터 한의학을 고려하지 않고 기획되는 것이 한의학이 점차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가 많이 존재한다면 초기부터 한의학의 역할을 고려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 관련 공공기관, 연구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증진개발원 등)에 한의사가 많이 들어가서 활동한다면 한의학과 기관 고유업무를 연계한 유일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11. 국가 보건 의료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한의학을 포함하기 위해, 한의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적극적인 참여와 영역의 확대를 위한 상호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 등을 어렵게 확보하여 한의학 분야에 여러 가지 정책을 개시해도 참여하는 분이 너무 적으면 정책 수립이 힘이 들지요. 참여하면서 날카로운 지적을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좋은 의견을 전달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공공 영역의 의사결정에서 “우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한의학 산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 의료기기, 제약회사, 한약재 관련 회사들, 간호사, 약사, 학계, 보건 공무원 등 한 분야도 소중하지 않은 분들이 없었습니다.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12. 어떤 한의사에게 예방의학 분야를 추천하시나요? 예방의학은 개인의 건강 수준 향상과 인구 집단의 건강 수준 향상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광범위한 분야입니다. 저는 보건정책과 관련이 되어있어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데이터를 다루면서 다양한 가설을 시험해 보거나 숫자를 통해 무엇인가를 입증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인가 숫자를 통해 확실한 주장을 할 수 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라서 힘들어도 계속 이런 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거든요. 또 여러 가지 창의적인 정책과 제도의 도입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13. 예방의학, 보건의료와 관련된 연구를 꿈꾸는 한의사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유능한 한의학 관련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서 한의학의 범위를 넓혀주기를 바라는, 아주아주 할 일이 많은 분야입니다. 많은 분이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편집 : 학생위원 허예인(상지대 본과 3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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